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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명우 교수, 사회학과] 어느 금요일 밤 버스를 탔다. 서울 변두리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밤 10시의 버스 안, 당연히 불타는 금요일 따위의 후끈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자리를 잡았는데, 앞자리에 두 명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뒷좌석에 있는 나도 술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꽤 많이 마신 듯했다. 그 둘은 친구이다. 그리고 50대 중반이며,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묻지 않았지만 버스 탄 지 5분 만에 그들의 신상에 대해 알고 말았다. 버스에는 승객이 많지 않았다. 소곤거리며 이야기해도 다른 승객의 귀에 들릴 정도로 한적한 버스였는데, 그 두 남자는 술 탓이었는지 본래 그런지 확실하지 않으나 꽤나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 내용이 너무나 생생하게 전달되었기에 뒤통수만을 보고 있는데도 마치 같은 테이블에 앉아 소주를 함께 마시는 느낌이었다. 그들과 내가 모국어로 삼고 있는 언어가 같기에,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는 단 한마디도 실종되지 않고 귀에 꽂혔다. 모든 말을 알아듣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 내용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라고 짐작만 할 수 있을 뿐, 그들의 대화를 따라갈 수 없었다. 나와 그 두 남자는 한국이라는 추상 세계는 공유하고 있지만, 서로 교류하지 않는 분리된 일상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 대화의 맥락을 도대체 파악할 수 없었다. 이처럼 직업으로 인해 서로 편입되어 있는 세계가 다르면, 그 다름은 많은 경우 이해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하략) 2019년 3월12일 경향신문 기사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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