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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기획-국가 혁신과 통일준비] 2015년 들어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신중론이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 실세 3인방을 보내고, 2015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자세하고 장황하게 언급한 것을 두고 한국에서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었다. 이에 우리 정부도 2015년 남북관계를 개선시켜야 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설정하고,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5년 남북관계는 갈수록 낙관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그 이유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정책 우선순위에 놓기보다는 대외관계에서 전술적인 수단으로 여전히 활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미국 내 대북 강경 분위기가 더 강해지고 있고, 일본 역시 이러한 미국 분위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남북한이 현재 상호 전제조건이나 기대치를 채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남북한 양측에서 이를 극복할 대내적인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2015년 남북관계는 하반기로 갈수록 경색될 개연성이 더 커진다. 따라서 우리의 대북 정책은 신중론을 기반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 방점을 두어야 할 상황이다. 정상회담을 갖거나 우리의 진지한 노력으로 남북관계가 쉽게 개선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현실적이다. 국내 일각에서는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정책이 경색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내 지지 기반이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클 것이다. 이 경우 해외의 다자무대에서 남북 정상이 자연스레 만나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볼 수 있다. 대체로 세 번의 기회가 있다. 4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및 반둥회의 60주년 기념식, 5월 러시아에서 개최되는 제2차 세계대전 전승 70주년 기념식, 그리고 9월 중국에서 개최되는 항일 전승 기념식이다. 현재 남북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가장 큰 행사는 중국에서 개최되는 전승 기념식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다자무대 데뷔 기준은 국가나 체제의 이익이라기보다는 김정은 자신의 정통성을 강화하는 데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미국의 입장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4월 회의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5월에는 박 대통령이 참석할 개연성이 그리 크지 않다. 금년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과정에서는 중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부각될 전망이다. 중국은 시진핑 시기에 들어 후진타오 시기와는 달리 ‘강대국’이라는 정체성을 적극 수용하면서 북중 관계를 국가이익에 기초한 정상적인 국가관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라는 약소국이 중국의 이익에 손상을 가져오는 것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고,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북핵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중국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북중 관계 개선의 전제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러한 북핵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그 어느 때보다 한국과 가깝고, 미국과도 잘 조율되고 있다. 전례 없는 일이다. 북한은 중국의 압력에 대해 외교 다변화와 버티기로 맞서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북러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관계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은 부담스러울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에 우선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선언을 하고,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6자회담 및 북미회담에 임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자연스레 만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에서 개최되는 9월 항일 전승기념식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대하여 자연스레 북중 관계를 복원하고 싶어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금년 여름 전후에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단행하여 한반도에서 긴장을 격화시키지 않도록 추가적 압박도 병행할 개연성이 크다. 북한의 실망감이 금년 하반기에 추가적 도발로 나타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핵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전향적 입장을 취하도록 중국이 설득할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우리의 남북관계 개선과 국제무대에서의 남북 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한 중국의 대북 및 대러 교섭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작년 최룡해의 러시아 방문 당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과 교환된 사항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중국 변수로 인해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중국의 대북 설득이 주효한다면, 박 대통령은 9월에 중국을 방문해 다자무대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 북한 비핵화 협상, 중국과의 대북 공조 강화에 적극 활용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경우에는 한미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시진핑 시기 중국의 북핵 인식이나 정책이 현재 한국과 유사한 측면이 강하고, 북한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공유하는 측면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북핵 및 북한 인식에 대한 공감도도 크게 제고되고 있다. 당장 북한이 중국의 압박에 굴복할 개연성이 적어 중국 역시 큰 딜레마에 빠져 있다. 현재 강조할 점은 남북관계는 변동성이 강하므로 남북관계 개선은 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노력해 이뤄지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이를 감안하면 2015년에는 남북관계 개선이나 정상회담 개최 자체보다는 대북 국제공조의 유지를 정책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정이 한중 양국의 핵심이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상호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보다 구체적인 정책들을 조율해 나가는 연미협중(聯美協中)의 전략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국과 중국이 냉전적인 사고에 머물러 상호 불신감을 유지하면, 그 결과는 ‘죄인의 게임’이 제시하는 바처럼 서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한중관계에서는 더 이상 일회적인 게임 상황이 아닌 항구적인 이웃 관계라는 전제를 가지고 서로 협력을 증진시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한국일보 20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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